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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록

03. 군대 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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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제는 군인에게 있어 군 생활 최종 목표이자, 오지 않을 것 같은 단어 '군대 전역'이다.

 

 

사실 전역이 대략 10년이 다 되가고 있어서 정확히 군대 전역날의 기분은 이렇다!라고 확실하고 생생하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그때의 감정과 기분을 살려보려고 한다.

 

 

군인들에게 사회로 나간다는건 그 자체가 로망이자 행복이다. 휴가날과 외박날도 행복한데 이제 평생 사회 소속원이 되는 전역은 오죽할까. (휴가, 외박 전날에는 말번 근무를 들어가도 정말 그렇게 행복할수가 없다. 말번근무란 새벽 04:00~ 06:00 마지막 근무를 뜻함. 거의 근무 철수를 하고 나면 바로 기상시간이기에 최악의 근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떄문에 많은 사람들, 군인들이 전역을 하면 세상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거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역시 그랬다.

 

 

나같은 경우 정말 전역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어느정도였냐면 푸른거탑의 최병장처럼 정말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확실하게 엑스자를 표시하며 전역날을 계산했으며, 더 확고하게 하기 위해 주말인 토, 일요일을 제외하고 전역날을 계산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하니까 생활반 병장 맞후임이 너무 억지라고 하기도 했었음ㅋㅋㅋㅋ)

 

 

전역날만 손꼽아 기다린 이유는, 군대가 싫어서 이유는 아니었고 그냥 빨리 밖에 나가서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전역 전날이 되었다.

당시 중대 당직 간부인 담당관님께서 내일 전역하는 동기들을 행정실로 불러서 간단하게 맥주와 과자도 먹고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었다. 약 1시간정도 그렇게 시간을 보낸 뒤, 각 생활반에서는 전역하는 선임과 후임이 서로 편지를 써서 자기 사진이 담긴 싸인지를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식적인 모든 일정은 끝났고, 이제 잠자고 눈만뜨면 집으로 간다.

정말 너무 신나고, 약 2년이라는 시간동안 군생활 별탈 없이 잘 한것도 자랑스러웠고,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는데 정말 너무 후련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동기, 근접 기수들과 중대 밖 흡연장에서 새벽 늦게까지 담배도 태우고 이야기를 나눴다. (전역 날이 주말이었기 때문에 괜찮았었음. 생활반 맞후가 4기수 차이였는데 진짜 나 전역할 때 부럽다 부럽다 수백번 말한 것 같다...ㅋㅋ)

 

 

진짜 행복하고, 설레고, 신나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날은 전역 전날이라는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후임들이 모두 잠든 생활반에 들어가고 텅텅 빈 내 자리 체스터(사물함)를 바라보니 기분이 이상했고 그때까지도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침이 밝았다.

전역복인 a급 전투복을 갈아입고 마지막 아침 식사를 먹으로 주계로 향했다.

먹고 중대내에서 동기들 후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집에 간다고 잘있으라고 주로 근접 기수들을 갈궜지만) 드디어 방송이 나왔다.

 

 

"중대, 전역 도열 병사 떠나 15분전, 15분전!"

모든 중대 후임들이 중대 밖에 도열 대열을 만들었고 우리 기수는 병사 떠나 5분전에 나갔다. 

 

 

후임들의 힘찬 군가를 들으면서 한명씩 전역 덕담? 한마디씩 나누고 악수 또는 포옹을 했다. 그렇게 60명정도 나누고 근접기수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드디어 사단 밖으로 나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를 타는 그 순간에도 솔직히 실감이 나지않았다.

밖에 나가서 동기들과 국밥에 쇠주 한잔 먹고, 대구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드디어 동기들과도 헤어지고

최종적인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말 있는 그대로 표현해보면 

혼자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때의 기분은,

좋으면서 우울하면서 가슴 한 켠에서 공허함이 느껴지는? 아무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속으로 

"뭐지? 왜 기분이 이상하지? 그토록 원하고 원하던 전역인데 뭐지? 왜 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기쁘지 않은거지?"

이 생각을 수번했다.

 

 

집에 도착해서 정말 오랜만에 아버지와 어머니와 저녁을 먹었고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을 봐서 정말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근데 가슴 속에서는 계속 '왜 날아갈정도로 행복하지 않지?'란 생각이 수십번 되내어졌다.

 

 

아마 2년이란 시간을 한 중대에서, 그리고 가족같이 보낸 동기와 선임, 후임, 간부들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 2년이란 시간 동안 내 집은 군대였으니까.

 

 

그래서 기쁜 것 같으면서, 기쁘지 않은 이상한 기분을 경험한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것 같다. 속한 부대의 간부, 동기, 선임, 후임들이 정말 별로였다던지 아니면 군대 내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내가 느낀 전역의 기분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군필자들의 전역 느낌은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친구들도 만나기 힘들고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군대가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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