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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록

02. 첫 인상 (관상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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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고등학생때까지만해도 첫인상을 굉장히 신뢰하던 나였다.

어느정도였냐면 우리반에 첫인상이 싫은 친구가 놀러오거나 노는 모습이 보이면, 괜히 계속 쳐다봐서 시비가 붙길 바라기도 했던 철 없던 경험도 있었다. 그정도로 첫인상을 신뢰하고 첫인상이 좋지 않은 친구는 웬만해선 계속 싫어했다.

 

 

아무튼 이와같은 첫인상 맹신론을 펼치던 나의 생각은 고등학교 3학년이 돼서 바뀌게 되었다.

1,2학년때 정말 인상이 싫던 B군이 있었는데 3학년때 같은 반이 되었고 같이 반 생활을 해보니까 너무 착했던거다. 그때 뭐 어렸던 나였지만 정확히 기억한다. '아,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한 내가 잘못된 거였구나'

 

 

그리고 시간이 흘러 군대에 입대하게 됐다.

당시 해병대에 입대하였고, 실무 배치를 받은 후 동기들과 3일정도 의무실에서 적응기간을 갖고 있었다. 그 기간동안에 나포함 동기 3명은 우리가 갈 중대 선임 해병들의 사진과 기수, 이름이 정열되어있는 일명 '기수빨' 종이를 보고 외워놓고 있었다.  

 

 

'진짜 이 선임한테 걸리면 끝장이다...' 동기들과 기수빨 종이에 있는 한명의 선임을 고르며 동시에 말했다. 인상이 정말 좋지 않았다. 

 

 

그렇게 중대를 배치받게 되었는데 A군이 걸리면 끝장이라고 한 선임이 있는 생활반에 배치받았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일단 가자마자 A급 전투복을 뺐겼고 (나와 B군 동기는 뺏기지 않았음) 한달에 한번 나오는 건빵과 육개장, 쌀국수 배식을 그것도 신병 아쎄이의 배식을! 그 선임이 다 뺏어갔다. 그래서 A군은 순검이후에 나를 찾아와 종종 "육개장 있어? 건빵있어? 쌀국수있어?"를 물어보곤 했고 나는 "엥? 엊그제 배식받았잖아 다 먹었어?"하면 "뺏겼어.." 이와 같은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었다. 나와 B군의 경우 생활반 내에서 부식을 뺏기는 일은 절대 없었다.

 

 

이때 이후로 나는 다시 한 번 첫인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경험 말고도 군대내에서 워낙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일상을 함께 하다보니까 대충 사람 얼굴만 봐도 성격이 어떨꺼같은지 예상을 할 수가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신병이 들어왔는데 아 얘는 좀 얍실하고 농땡이 부릴 것 같애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그렇다든지? 뭐 아무튼 군대에서 다시 한번 첫인상에 대해 생각했던 일이 있다.

 

 

그리고 다시 내가 첫인상을 맹신하게 된 절대절명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때는 전역하고 토익공부를 하러 서울에 갔었을 때였다. 당시에 내가 찾는 고시원 조건은 첫째, 토익 학원과 가까울 것. 둘째, 방내에 화장실이 있을 것. 셋째, 방값이 45만원 이하일 것.

 

 

아무튼 이런 조건으로 방을 찾던 찰나에 무슨 테라스? 아무튼 전화를 걸었고 사장님이 나오셨는데 정말 농담안하고 걸어오는 그 동안에 슬로우모션이 걸리면서 속으로 '와 이사람은 무조건 사기꾼이다. 깡패다. 조심해야한다.'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들정도로 인상이 정말 안 좋았다. 인상은 인상이고 방은 방이니 방 확인을 했는데 내 조건과 진짜 딱 맞았다. 너무 마음에 들었고 여기로 하고 싶었기 때문에 원래는 방값이 50만원인데 바로 계약하는 대신 45만원으로 쇼부를 보게되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어차피 나는 학원에서 공부만 할텐데 그럼 마주칠 일도 없을테고 상관없겠지'이었는데 그건 내 판단 착오였다. (추가로 어머니도 방세 입금 때문에 어떻게 하다가 그 사장을 카톡 친추를 해놨는데 프로필 사진 보시더니만 나한테 '사장 맞냐고 인상이 너무 안좋다고' 한 말씀하셨다)

 

 

 

아무튼 이제 그 사장의 악행을 정리해서 말해보면,

1. 나도 뭐 워낙 낯을 안가리고 해서 처음에 노가리도 많이 깠는데 이렇게 친해지니까 서서히 나한테 고시원내 에어컨 켜고 끄는 일을 맡김. 고시원에서 공부할때는 그냥 켜주고 꺼주고 했는데 문제는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할때도 전화와서는 에어컨 작업을 시키려고 해서 내가 한 소리한 적이 있었음. 이때 당시 에어컨 때문에 전화하는데 LC공부중일때는 폰을 안보는데 확인해보니 부재중 전화 10통 넘게 와있음 미친놈 진짜... 다시 생각해도 개또라이같음. 그래서 그때 대화를 살려보면,

- 사장님 전화 하셨었네요?

- 야 너는 전화를 왜이렇게 안받아?

- 공부할때 폰 끄고 해서 그래요~

- 어 그럼 너는 전쟁이 나도 모르겠다?

- 아 사장님 또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무슨일인데요?

- 어 아니야 해결했어~

이런 대화를 나눴었는데 생각만해도 빡침. 원래 초기에는 사장이랑 친했는데 자습실에서 공부하는데도 에어컨 작업 시키려는거에 정나미 떨어지고 개빡쳐서 이후부터는 진짜 나도 싸가지 없게 대답하고 그랬음. 

 

2. 앞에 편의점 여자애를 무슨 접대부 여성 취급함. 일단 반말은 기본이고, 알바생이 앞에 있고 계산대에 나하고 사장이 있었는데 사장이 계산하면서 나한테 '얘 어때? 예쁘지?ㅋㅋㅋㅋ' 이따위로 말하는데 어휴 자기 딸? 뻘한테 그렇게 말하고 싶은지 진짜 내가 다 챙피했었다. 알바생은 얼마나 굴욕적이었을까 진짜. 

 

3. 사장이랑 초기에 친했을 때, 학원끝나고 집들리면 총무실? 거기서 한 30분씩 노가리 까고 그랬는데 어쩌다가 사모님이랑 같이 있을 때가 있었음. 그때 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모님한테 욕을 무슨 중고딩처럼 함. 사모님은 착하신데 말하다가 사장이 '이런 니미랄! 웃기고 있네' 한다든가. 내가 다 불편했다.

 

4. 원하는 토익점수 920점을 만들고 이제 이번달만 사는걸로 얘기가 되어있는 시기에 진짜 미친놈인줄 알았던게 내 방을 문따고 그냥 막들어왔었음. 한 3번정도? 진짜 개돌아인줄 알았던게 화장실에서 응가하고 있는데 갑자기 똑똑똑해서 ㅇㅇ아 담배있니? 그래서 사장님 저 화장실이에요! 다음에 다시 똑똑똑 ㅇㅇ아 담배있니? 해서 화장실이라니깐요! 한후에 갑자기 문따고 들어옴 미친. 그래서 사장님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장난하세요? 하니까 아니 담배있는지 물어볼려고 그랬지하면서 확 나가던데 이런일이 3번정도 있었음.

 

5. 초기에 친해졌다가 거리 둬야할 것 같다고 판단해서 이제 총무실에 놀러가지도 않았음. 근데 웃긴게 내가 오전이나 점심에 쓰레기 버리러 분리수거장에 갈때 (분리수거장이 복도 맨끝쪽에 있음) 마다 사장이 튀어나오는거임. 진짜 10에 9은 무조건 튀어나왔음. 그래서 그때 순간적으로 말걸고. 이때는 내 추측인데 총무실에는 씨씨티비가 있어서 씨씨티비로 나 나오면 사장이 재빨리 올라와서 나한테 얘기 걸려고 했던 거 같음..ㅆㅂ

 

6. 나가는 날. 이사준비중인데 짐정리하느라 좀 쿵쿵거렸더니 와서 엄청 뭐라그럼. 근데 뭐라하는게 거의 진짜 엄청 큰일이나서 혼나듯이 함. 나도 마지막날이라서 그때는 대놓고 개겼던 기억이 난다.

 

7. 진짜 여기가 이 사장의 하이라이트. 키 보증금이 3만원인데 이거 끝까지 안줌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휴.. 마지막 날에도 내가 오후 12시? 그때 사장님 키 보증금 주세요~ 하니까 지금 현금없다고 이따 준다고 해서 오후 3시에 다시 말하니까 계좌이체 해준다고 했는데 이때 솔직히 느낌이 왔는데 설마했었음. 그냥 설마 가난한 학생의 보증금 3만원을 먹는다고? 이런 생각? 아무튼 짐 다 빼고 누나가 살고있는 신촌으로 가면서 문자로 연락드리니 계좌번호 달라고 해서 보냈는데 그뒤부터 먹튀.. 그러면서 그거 뭐야 카카오톡 게임 추천?그거는 맨날 보냄 진짜 개돌아인줄.. 내가 끝까지 받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참으라고 액땜했다 생각하고 인상보라고 보증금 받지말라고 하셔서 안했었음.

 

 

군대에서의 사건과 고시원 사건 이후로 첫 인상을 난 다시 보고 있다.

고등학생때와 차이가 있다면 첫 인상만으로 그 사람이 좋다, 안 좋다를 단순히 판단하는 것이 아닌

첫 인상이 좋지 않은 사람은 좀 더 경계를 한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첫 인상이 좋은게 잘 생긴게 아니라 그냥 그 인상 자체가 좋은 것이라는 것도 말해주고 싶다.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40살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아무튼 첫 인상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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